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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원쉬안
출판사: 미디어버스
옮긴이: 임경용
발행일: 2023년 9월 30일
크기: 105 x 150mm
페이지수: 344
디자인: 신신
언어: 한국어, 영어
ISBN: 979-11-90434-42-3 (04600)
세트: 978-89-94027-74-6
금액: 22,000원
책 소개
이 책은 타이완 작가 장원쉬안이 지난 2018년부터 2년간 동남 아시아와 남 아메리카의 도시들을 다니면서 출판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한 결과물을 엮은 것이다. 사미즈다트, 선언문, 아카이브라는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챕터는 그 키워드에 상응하는 활동을 하는 출판 활동가, 단체, 예술가, 디자이너, 도서관, 서점 등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러시아어로 자주출판(self-publish)를 뜻하는 첫 번째 챕터 사미즈다트는, 타이완 독립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활동가 수벵과 페루의 독립출판물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디자이너 로마넷, 멕시코시티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도서관 아에로모토, 방콕의 예술 아카이브이자 교육 공간인 리딩룸, 인도네시아에서 민중을 대상으로 출판 운동을 전개하는 마르진 키리 등 6개의 출판사나 아카이브, 도서관 등을 다룬다. 이후 이어지는 선언문과 아카이브 챕터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지식을 생산하고 전달, 보존, 교육하기 위한 도구나 매체로 출판을 활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출판 종사자의 인터뷰나 활동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진 않는다. 부제인 ‘글로벌 사우스에서 출판 실천을 추출하기’가 말하듯이, 세계 질서에서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되는 ‘글로벌 사우스’라는 지리적 범주가 과거 식민지 지배나 지금의 글로벌 자본주의에 의해 어떻게 구축되고 이어지고 있는지를, 동시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기록하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출판 활동이나 책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메시지를 통해, 궁극적으로 출판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발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本書は、台湾の作家Chang Wen-hsuanが2018年からの2年間、東南アジアと南米の都市を巡り、出版に関わる活動をするさまざまな人々と出会い、インタビューした結果をまとめたものである。サミズダート、宣言、アーカイブという3つの章で構成されており、それぞれの章はそのキーワードに対応する活動をする出版活動家、団体、アーティスト、デザイナー、図書館、書店などの活動を紹介している。
ロシア語で自主出版(self-publish)を意味する最初の章サミズダートは、台湾の独立運動で重要な役割を果たした活動家スーベンと、ペルーの独立出版物を収集・研究するデザイナーロマンネット、メキシコシティで自律的に運営される図書館アエロモト、バンコクの芸術アーカイブであり教育空間であるリーディングルーム、インドネシアで民衆を対象に出版運動を展開するマルジンキリなど、6つの出版社やアーカイブ、図書館などを取り上げている。その後続く宣言とアーカイブの章でも、自分の政治的信念や知識を生産し、伝達、保存、教育するためのツールや媒体として出版を活用するさまざまな人々を紹介している。
本書は、単に出版従事者のインタビューや活動を紹介するだけではない。副題の「グローバル・サウスから出版実践を抽出する」が示すように、世界秩序の中で後進地域として認識される「グローバル・サウス」という地理的カテゴリーが、過去の植民地支配や現在のグローバル資本主義によってどのように構築され、続いているのかを、同時代人の声を通して記録する歴史書でもある。著者は、出版活動や本で世界をより良い場所にしようとする人々の声とメッセージを通じて、最終的に出版の価値を新たに発見し、発明することを提案している。
목차
서문: 3개의 단어만 담고 있는 사전 – 장원쉬안
1장 사미즈다트
혁명적 행동과 103세의 펜 – 수벵
진의 조용한 폭동 – 로마넷 실바 토레스
복제, 조립, 시뮬레이션, 해적 – RRD
도서관을 큐레이팅하기 – 아에로모토
더 나은 현실 – 리딩룸
국경지대의 반격 – 마르진 키리
2장 선언문
이것은 책이 아니다 – 에스토 에스 언 리브로
다큐멘터리보다 더 다큐멘터리 같은 – 아쿠마사
새(파사로), 새(파사린), 새(아베) – 파울로 실베이라
역사가가 당신 뒤에 있고 그는 지옥처럼 미쳤다 – 로카셍
나라 없는 그리고 모든 나라의 아이들 – 부쿠 자란란 차우 킷
풀이 뿌리를 내리고 몬순이 떠오를 때 – 림우이티
3장 아카이브
단어를 읽기 전에 세계를 읽기 – 아우토마티카
언어를 위한 전장 – Tastubuqul tu maduq i malas- Bunun tu papatasanan
적을 쓰고, 적의 적을 쓰다 – 세 개의 말라야 공산당 마을
아나르카 페미니즘의 황갈색 선 – 텐다 데 리브로스
성 소수자 내 성소수자와 고문의 재정의 – 차나팁 타티야카룬웡
모든 운동의 근원에 대해 – 마이어 라미레즈
역자 후기
저자 소개
장원쉬안은 다시 읽기와 다시 쓰기, 허구적 대안을 제시하며, 제도화된 역사 구조의 내러티브에 의문을 제기하는 예술가이자 작가이다. 2018년부터 라이팅 팩토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역자 소개
임경용은 2010년부터 미디어버스라는 소규모 출판사와 서점인 더 북 소사이어티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과 관련된 다수의 프로젝트를 기획했으며 알레산드로 루도비코의 『포스트디지털 프린트』 등을 옮겼다.
책 속에서
“인터뷰가 끝나면서 나는 오지상에게 언제나 이렇게 일하고 말하다 보면, 외롭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멈추고 “외로움은 피할 수 없습니다. 타이완에서 무언가를 이루려면 처음에 사람을 모으는 것이 항상 어려운 일이죠. 처음에는 혼자 시작할 수 밖에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여전히 80년 넘게 정치적 작업을 이어나가는 사람의 동기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삶을 보면 모든 결정과 개념은 서로 설명될 수 있다. 나는 오지상이 사망했을 때 섬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좌파 독립을 위해 길을 개척해 준 그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길은, 확률은 적지만 가장 자유롭고 평등한 길이다.” (혁명적 행동과 103세의 펜 – 수벵, 33페이지)
“팬진을 발견한 뒤 로마넷은 리마의 첫 번째 팬진인 무엇인지 궁금해졌고, 1960년대 페루의 가사 시집 운동에서 이를 발견했다. 그녀는 극도로 원시적인 기술을 사용하여 소량의 시집을 독립적으로 출판 및 배포하는 행위나, 팬진으로 불리진 않지만 레스토랑 냅킨에 시를 적고 이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버리는 것이 개념적으로는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시집이 팬진의 원형이라고 생각합니다. 팬진이 특정한 형식이 아니라 태도를 지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것은 극단적인 제한적인 조건 아래에서 다양한 재료와 순환 모드를 활용하여 기존의 한계에 도전하는 특정한 태도입니다.” (진의 조용한 폭동 – 로마넷 실바 토레스, 43페이지)
“합법적인 것과 불법적인 것 사이의 틈새에서 RRD의 해적 행위는 단순히 중고책 키오스크의 기존 게임 규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초기의 접근과 객관적인 관찰을 통해 멕시코 사회에서 해적이라는 개념 자체를 해적질하는 것까지 나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난과 폭력이 여전히 일상화된 사회에 창작 행위로 침투하고, 독재와 식민지 역사에 또 다른 형태의 기억으로 침투하는 것은 비판과 사유의 가능성을 촉발한다. 현재 RRD의 가장 중요한 실천은 출판, 북페어 참가, 워크숍 조직 뿐만 아니라 여러 작가나 공동체와 협력하여 15제곱미터 크기의 키오스크를 활동 플랫폼으로 만들고, 출판물 유통, 프로젝트 발표, 공연, 강연, 요리와 음식 나눔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복제, 조립, 시뮬레이션, 해적 – RRD, 65페이지)
“설립 초기부터, 그들은 도서관을 “자본 순환이나 금전적 상품과는 상관이 없는, 현대 사회에서 “아이디어 교환”과 관련된 “책에 대한 사회적 실험으로 간주했다. 이 도서관은 처음에 창립 멤버들의 개인 소장 도서를 전시했지만, 이 생각은 곧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창립 멤버들의 관심사와 직업에서 추린 것으로만 콜렉션을 한정하면 독립 도서관의 방향성이 너무 제한된다. 그들은 사람들이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말하고 싶지 않지만, 물론 도서관의 구체적인 취향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책을 큐레이팅한다”는 것 대신에 “사람을 큐레이팅한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도서관을 큐레이팅하기 – 아에로모토, 77페이지)
“10년 전까지는 태국에 독립적인 공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토론이 일어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그래서 읽기 공간 외에도 상영회나 세미나 등 다른 활동들이 제안되었고, 리딩룸은 이렇게 유기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활동들은 보통 5–8개월 동안 계획을 통해 이뤄지는데, 다양한 작은 규모의 행사를 통해 큰 주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쿄는 “정치 경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국내 외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연관된 키워드를 선택한 다음, 그러한 추상적인 단어를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과 쉽게 연결할 수 있는 개념으로 변환시킨다. 또한 많은 활동이 독서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리: 리딩 그룹(Re: Reading Group)’은 적절한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다양한 학문 분야의 고전적인 텍스트를 현대적인 맥락에서 해석하기 위한 새로운 독해를 제안한다. 그들은 태국 작가나 이론가들 뿐만 아니라 클리포드 기어츠1, 에드워드 사이드2, 베네딕트 앤더슨3 같은 학자들의 책도 읽었다. (더 나은 현실 – 리딩룸, 97페이지)
“마르진은 “주변(margin)”을, 키리는 “좌파(left)”를 뜻한다. 이 출판사의 성향은 이름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고, 인도네시아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다른 출판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작품들을 번역하는 일에 헌신적이다. 현재 웹사이트를 보면 철학, 인도네시아 연구, 여성 연구, 문학, 사회정치, 정치경제, 아나키스트 연구 등의 카테고리가 있다. 초기에는 각 도서의 인쇄 부수가 최소 3천부 이상이었고 주요 소매점 판매를 통해 유통되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기술과 시장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인쇄 기술의 발전으로 인쇄비와 인쇄 부수 하한선이 낮아졌다. 지금 각 도서의 인쇄 부수는 1천부이다(수량이 적을수록 손실이 발생한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소매점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립 서점과 온라인 판매로 수수료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대부분의 독립 출판사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경지대의 반격 – 마르진 키리, 111페이지)
“토나는 에스토 에스 언 리브로의 출판 실천이 세 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다양한 형태의 출판을 실험하는 출판사를 설립하고자 했지만, 곧 물건으로서의 책이 아니라 ‘유통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러한 깨달음은 두 번째 단계에 반영되었다. 이들에게 책은 출판 행위 자체가 아니라 독자의 마음 속에 의식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완성되며, 저자, 편집자, 출판사, 독자, 인쇄업자, 재료, 유통 방법 등,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결합하여 최종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책을 구성하는 요소를 설명할 때 “제본된 인쇄물 더미”라는 기존의 좁은 정의가 확장된다. 각 변수는 잠재적으로 “편집”될 수 있다.” (이것은 책이 아니다 – 에스토 에스 언 리브로, 135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큰 군도인 인도네시아에는 17,000개가 넘는 섬에 300개 이상의 부족이 70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자기’와 ‘대중’ 사이에서 ‘우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자바인 중심주의와 정부 및 독과점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사명이 되었다. 따라서 ‘위치(location)’는 항상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였다. 이들은 다양한 지역의 공동체와 함께 한 달간 레지던시를 조직하여 미디어와 이미지가 어떻게 정의되는지 이해하고 주변 환경을 면밀히 관찰한 후 글을 쓴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공공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정보는 에세이, 영화, 사진, 그림,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다큐멘터리보다 더 다큐멘터리 같은 – 아쿠마사, 155페이지)
“1970년대 민주화의 물결은 기계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예술가들은 갤러리와 미술관 등의 제도적 공간 밖에서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때 책은 자유로운 대안 공간이 되었다. 예술가들은 예술이라는 상아탑을 벗어나 실제 세계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원본에 비해 책은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였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점점 더 많은 예술가들이 해방을 성취하기 위한 창조적인 전략으로 책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티스트북의 발전적인 원인을 세계의 다른 지역까지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을까? (새(파사로), 새(파사린), 새(아베) – 파울로 실베이라, 171페이지)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나는 싱가포르 역사의 공식적인 서술이 700년 전의 “출발 지점”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이것이 사실 정부의 자기 성찰의 결과라기보다는 실용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말한다. 아시아 경제가 주도하는 세계화 시대에 해양의 역사, 지역사, 국제사를 통해 국가적인 이야기를 논의하는 것은 실용주의의 또 다른 사례가 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래플즈 이전’이나 ‘싱가포르의 오랜 역사’처럼 역사에 대해 기꺼이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50년간의 사건들이나 영국 식민지에 대한 해석 같은 것은 전혀 변하지 않았죠. 싱가포르 근대화의 시작은 여전히 래플스입니다. 많은 제도와 법률, 가치 체계도 식민지 시대의 유산입니다. 식민지 역사에 대한 근대적 내러티브를 공격하고 식민지성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지 않고서는 단순히 ‘우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할 수 없습니다.” (역사가가 당신 뒤에 있고 그는 지옥처럼 미쳤다 – 로카셍, 195페이지)
“그녀는 어른의 태도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학교’를 유지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곳에 공짜 음식이 있는 것은 너희가 가난해서가 아니라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여기는 여러분의 배움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에 이곳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잘 관리함으로써 이 공간을 존중해야 합니다.”라고 라하유는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아이들이 직면한 현실도 상기시킨다. 도시 빈곤의 또 다른 문제는 아이들의 현실이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치품에 둘러싸여 있기에 의식적으로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힘들게 모은 돈을 쇼핑 센터에서 최신 개봉 영화를 보는 데 쓰기도 한다. “너는 매우 가난하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경고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나라 없는 그리고 모든 나라의 아이들 – 부쿠 자란란 차우 킷, 211페이지)
““이것은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성도 물론 중요합니다.”라고 그녀는 솔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출판은 전혀 수익성이 없는 구멍 같죠.” 이 구멍의 이름이 『아르떼 브라』이다. 2007년부터 아우토마티카는 1980년대부터 활동을 해온 브라질 작가들을 조명하는 연례 특집호를 발행하고 있다. 각 에디션은 같은 형식을 가지고 있다. 해당 작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비평가가 작가에 대한 새로운 글을 쓰고, 작가의 경력에서 중요한 비평문을 수집하고 작가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판단되는 다른 분야의 사람을 초대하여 인터뷰하고, 인터뷰 내용은 작가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빈 페이지가 있는 특집 이후에 들어가고, 마지막에 작가의 연표가 이어지는 마치 아티스트북과 비슷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어를 읽기 전에 세계를 읽기 – 아우토마티카, 245페이지)
“살리잔은 미소를 지으며 “그 후 부족 분관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부족 도서관을 설립하기로 결심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Tastubuqul tu maduq i malas는 그의 개인 소장품뿐만 아니라 국내 외에서 수집한 원주민과 관련된 책을 포함하는 상상의 도서관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곧 몇 가지를 깨닫게 되는데, 첫 번째는 도서 목록 작성이나 대출 및 반납 추적과 같은 행정 업무를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 두 번째는 도서관의 작업이라는 것이 기존에 있는 지식에서 선별을 하는 것인데 지금 원주민에 대한 정보는 주로 부눈 문화나 디자인, 노래 같은 것을 중국어로 소개한 것일 뿐 부눈어로 쓰인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부족의 상황을 고려해 지식의 기록과 보존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고, 구전 서사와 문서화, 출판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Tastubuqul tu maduq i malas의 방향을 조정하기로 했다. (언어를 위한 전장 – Tastubuqul tu maduq i malas- Bunun tu papatasanan, 259페이지)
“NGO나 사회 운동가 그룹, 혹은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강조하는 액티비즘은 글로 쓰여진 말보다는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례 연구의 대상자들도 글쓰기를 행동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글쓰기는 나중에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죠.”라고 툼은 말한다. “하지만 저에게 글쓰기는 즉각적인 지원만큼이나 중요하며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업무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그 관점에서 전체적인 문제를 평가할 시간은 없어요.” 소수 집단이 주류 권력 구조를 모방 및 복제하고, 사회운동이 자본주의 효율 논리를 모방할 때, 연구자와 활동가 사이에 끼인 작가들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기록을 넘어 글로서 이른바 정의의 틈새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성 소수자 내 성소수자와 고문의 재정의 – 차나팁 타티야카룬웡, 317페이지)
“그는 출판 일을 하면서 자신의 관심사와 목표가 점차 명확해졌다고 말한다. 그에게 책은 지속적으로 전승되는 문화적 유물이며, 움직임과 정체 사이에서 도서관의 아카이브가 되기도 하고 연구자의 책상 위에 놓인 참고 자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책이 가진 고유한 특징이고, 출판물을 기획하면서 자신이 맡은 수많은 역할, 책 제작자, 예술가, 교육자, 큐레이터 등의 정체성이 공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는다.” (모든 운동의 근원에 대해 – 마이어 라미레즈, 323페이지)
역자후기
2023년 1월, 장원쉬안이 이 책을 들고 더 북 소사이어티를 방문했을 때 어느 누구도 이 책이 한국어로 출간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머물렀던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이 책이 한국 독자에게 읽힐 수 있으면 근사하겠다고 생각해서 그 자리에서 번역 출간을 제안했다. 이 책은 2022년 11월에 발간된 『Xsport on Paper: Samplings of Publishing Practices from the Global South』의 한국어 완역본이다.
서문에서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를 밝혔지만, 한국어판 출간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보려 한다. 책의 부제가 시사하듯, 이 책은 ‘글로벌 사우스’에서 18가지의 ‘출판 실천’을 다루고 있다. 기행문 형식을 취한 이 책에서 ‘글로벌 사우스’라는 지리적 범주는 꽤 중요하다. 2017년 카셀 도큐멘타에서 ‘남쪽’이라는 범주를 제안한 이후, 이 지역은 현대미술 담론에서 상당히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다. 물론 어느 누구도 ‘남쪽’이나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명확한 지리적 경계를 규정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호한 지리적 경계는 개별 실천 안에서 정의되기 마련인데, 최소한 이 책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식민 지배에 대한 경험이나 기억,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위치’라는 느슨한 공통점을 보여준다. 반면, 여기서 소개한 사례들은 각자의 역사나 맥락에 따라 뚜렷하게 구별되는 차이도함께 가진다.
이러한 차이는 이 책에서 또 다른 중요한 범주가 되는 ‘출판 실천’ 역시 ‘탈식민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사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은 독자들이 정말 이 책이 ‘출판 실천’에 관한 것인지 의아해할 것 같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자율적이고 자기 조직적 출판 실천은 이 책에서 전혀 다른 감각과 의미를 획득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급진적인 기관이나 비엔날레, 아트북페어, 출판 관련 프로젝트 등을 통해 조금씩 누적되면서 (개념미술에서 시작되었을) 만들어진 자율적 주체로서 ‘출판 실천’은, ‘글로벌 사우스’라는 장소에서는, 과거를 현재화하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책을 하나의 상품이나 매체가 아니라 해당 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역사적 내러티브와 논쟁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책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물론 그러한 역할도 하지만) 논쟁과 불화를 일으키는 장소에 가깝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이 사미즈다트(자주 출판), 선언문 그리고 아카이브라는 3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힌다. 이 키워드는 사실 20세기부터 서구가 발전시켜온 가치와 연결된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나 공동체가 행하는 자주 출판은 출판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상품으로서의 책과 대척되는 지점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20세기 이상주의자들이 꿈꿨던 유토피아에 대한 생각이 응축된 선언문이라는 형식을 통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보존하고, 확산하며, 교육하기 위한 장소로서 아카이브를 상상할 수 있다. 반면 서구가 만들어낸 이러한 가치는 식민지와 글로벌 자본주의를 거치면서 왜곡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가치가 새로운 형식이나 내용으로 발아할 수 있는 장소로 ‘글로벌 사우스’를 상상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으로서의 출판 주체는 이 책에서 좀 더 구체적인 맥락과 전략 안에서 (혹은 특정한 장소 안에서) 분화하거나 변형된다. 이들은 출판 실천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용법을 고안함으로써, ‘출판 실천’을 탈식민화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그래서 장원쉬안의 이 여정은 우리 앞에 매우 낯선 풍경을 보여준다. 투어리즘에 의해 채색된 동남아시아나 남아메리카의 풍경이 아니라, 이 책의 제목처럼 치열한 투쟁이 일어나는 경기장 같은 풍경이다. 동시에 그의 여정에서 책이 개입하는 방식도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책은 특권화된 매체라기 보다 그냥 옆에 무심히 놓여 있는 무언가에 가깝다. 역설적으로 나는 이 순간 책의 대단함이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지금을 위해 과거를 소환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과거를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책을 선택한다. 어쩌면 최근 출판이 점점 더 사용 가능한 매체가 되는 것은, 출판 산업이 제작이나 유통에 있어서 다른 미디어 산업만큼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출판은 앞으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소수화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가끔 어떤 책은 빠르게 출간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번역해서 출간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나는 이 책이 무엇보다 빨리 출간되길 원했다. 그래서 책을 내기로 결정한 후 최대한 서둘러 번역을 시작했다. 이 책이 왜 과거형이 아니라 진행형으로 써졌는지, 그녀의 경험과 지금 우리의 읽기 사이에 시차가 없어야 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번역을 마친 뒤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이 보편적이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출판 문화를 떠올려보면, 그 어떤 사례도 한국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사회든 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조건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이 책을 주의깊게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여기에 등장하는 활동가들이 각자 혼신의 힘을 다해 행동하고 사회를 바꾸려고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이것은 ‘남쪽’이냐 ‘북쪽’이냐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한국 안에도, 심지어 유럽이나 미국 같은 1세계 안에도 무수한 ‘남쪽’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책의 사례들이 매우 지역적이고 구체적인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우리가 여전히 종이 책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멋진 경험을 선사해준 장원쉬안에게 감사드린다. 이 경험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독자들에게도 증식되고 확산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또한 항상 부족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책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에 적합한 형식을 찾아주는 디자이너 신신에게도 감사한다. 책에서 다뤄지진 않았지만 그녀가 바치고자 했던 익명의 활동가들의 노력에 이 책이 닿을 수 있으면 한다. 그것이 폐허가 된 지금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책이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라 믿는다.
임경용 2023년 9월